무상급식이 이번 지방 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시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서인지 야당 쪽에서도 모두들 무상급식 찬성을 표방하고 있고지방선거 출마를 준비중인 여당 정치인 사이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 교육부가 무상급식에 대한 대책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부터가 무상급식의 정치적 지지도가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노인의 빈곤만큼 아이들의 빈곤은 누가 생각해도 가슴이 저리는 일이다. 비록 일인당 국민소득이 2천만 원에 다다르고, 이제는 어지간한 사람이면 밥은 굶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우리 사회 안에 많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가난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돈이 없어서 식사를 거르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심정적으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다른 얘기이다. 한정된 예산을 그렇게 쓰는 것이 최적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책의 적절성을 떠나 다른 한편으로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첫째
, 이토록 당연하고 인기가 있을 정책이면 노무현 정권에서는 추진하지 못했을까? 전원 무상급식은 2009 봄에 김상곤 당시 한신대 교수가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면서 내건 공약 하나였지만 주요 뉴스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무상급식 추진 예산을 경기도 의회가 삭감하면서부터였다.
 

그때까지 김상곤씨의 정책에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는 구체적 당론으로 의견 표시를 하지 않았었다경기도 의회에 의한 예산 삭감 이후 진보 계층의 일반적 반응은 김상곤씨를 지지하는 편이었지만, 민주당 역시 처음에는 일부 인사를 통한 의견 표시만이 전부여서,  차원에서 지지하는 방향을 채택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러면 민주당(열린우리당) 이토록 자기들 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책을 막상 자기들이 정권을 쥐고 있고, 국회에서 다수당이던 시절에는 추진하지 않았을까? 아동급식의 무상 여부는 지방정부 조례로도 정할 있으며,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득세하는 전라남도가 공적 급식 부담율이 제일 높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방정부를 맡고 있는 다른 시와 도에서 무상급식율이 전라남도와 같이 높은 것만은 아닌 것을 보면 이는 민주당의 합의된 정강정책에 의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또 지방정부 조례로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중앙 정부가 추진하지는 못할 일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무상급식제에 대한 야당들의 반응을 보면, 과거에는 동조하기 않거나 미처 깨우치지 못했다가 김상곤씨의 예산안 부결에 대한 일반여론의 반응을 보고 뒤늦게 편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둘째
, 무상급식은 교육의 문제인가 복지의 문제인가? 초등교육이 의무교육이므로 당연히 급식도 무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무교육이라는 말을 학교 취학에 따른 제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이러한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의무교육이 꼭 무상교육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학용품 비용은 어떻게 것인가? 통학비용은?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것이면 여전히 공립학교이면서도 내는 비용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는가?

급식이 단순히 점심 식사를 먹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농산물 소비 권장, 골고루 먹기 교육 교육적 활동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역시 억지에 가깝다. 콩나물 교실이 해소되고 수업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히 점심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와중에서 나온 것이 급식이다. 또, 도시락 대신 급식이 교육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할 만한 이유가 없다. 급식이 교육의 문제라는 사람들의 주장은 기왕 하는 급식의 교육적 활용을 마치 급식의 본령인 것처럼 견강부회하는 것으로 들린다. 게다가 지금 논쟁의 핵심은 급식이 아니라 급식의 전원 무상 제공 여부다. 급식이 교육의 문제라고 해서 그것이 전원 무상이어야 이유는 없다.

  

더 이상한 것은 전원 무상급식이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일반층에게 가장 호소력이 있어 보이는 주장은 저소득 가정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하면 학생들 사이에서 누가 가난한 아이인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그러나 그런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담임과 학부모만 아는 방법으로 가난한 아이들에게 급식 비용을 덜어주는 방법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만 이런 것이 불가능해야 이유가 없다. 그리고 빈부 격차에 의한 아이들 마음의 상처는 급식을 통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점심을 무료로 먹는다고 얼마나 마음의 위로가 된다는 것인지, 언제부터 한국사회가 그렇게 가난한 사람 마음을 헤아렸는지 어리둥절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모순은 급식비를 마련하지 못해 배를 곯는 아이들에게 점심만 먹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점심 만이 아니라 아침도 먹어야 하고 저녁도 먹어야 한다. 무상 급식으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점심을 먹인다고 해서 아이들이 나머지 끼니를 굶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 아이들에게 점심값만 무료인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또 중산층 자녀를 기르는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점심 값을 정부가 내준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무상급식이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문제라는 것을 뜻한다.
 

곯는 아이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이들 숫자에 따라 양육비를 일괄 지급하거나 아이들을 가진 가족 소득 수준이 일정 수준 미만인 가족들에게 아이 수에 따라 식비를 보조하는 것이다. 돈으로 지급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부모가 다른 곳에 남용할 있으므로 아예 식료품 교환권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 이는 별로 대단한 얘기가 아니고 복지 제도가 우리보다 잘 되어있는 나라에서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전원 무상 급식을 하는 나라는 진보 언론의 편파보도에도 불구하고 많지 않다. 설사 그런 나라들이 많다고 해도 왜 이것 부터 우리가 개선해야 하는지 우선순위의 문제도 있다. 전학생 무상급식은 복지정책 치고는 대상이 너무 넓고 혜택의 정도도 너무 낮아서 그다지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전반적으로 복지 제제가 미흡하기 짝이 없는 한국에서 점심 식사에 한해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하자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기도 의회에 의한 예산 삭감 이후 진보 진영에서 이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게도 재빠르게 목소리로 주장할 일이었으면 그전까지는 주요 이슈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진보층 내에서 과연 진지한 토론의 결과로 나온 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혹시 이명박 정부가 반대하는 것을 보고 우르르 나선 일종의거리 문화가 여기서도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


그러나 한가지
그나마 조금 일리가 있어 보이는 시각이 있기는 하다. 빈곤 아동 지원은 앞으로 확충해 나가야 일이지만 그것을 마냥 기다리기 전에 무상급식부터라도 우선 실시하고 보자는 의견이다. 궁극적으로는 빈곤 아동 지원이 목표이지만 당장 이를 실시할 수는 없으니 점차적으로진하자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빈곤 계층에 대한 일괄 복지 확대는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중에서도 그야말로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하물며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야 더욱 기대하기 어려우니 그런 소리를 만도 하다. 만약 무상급식이 종국에는 빈곤가정 지원 확대로 나가는 교두보가 된다면 이상 바랄 바가 없다.


한국사회가
과연 그런 과정을 거쳐 일괄적인 빈곤계층 지원으로 지를 미리 수는 없다. 하지만 서구 역사를 보더라도 복지정책의 대상에 중산층을 포함시켜야 복지정책에 대한 다수의 동의와 지원을 얻어내기가 쉽고 정책이 도입 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경험은 중요한 교훈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복지 정책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가 낮았던 이유에는 복지정책의 대상자가 소수에 국한된 정책이어서 대다수의 시민들의 정책의 혜택 대상이 아니었던 것도 있었.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에 갖가지 문제가 많아도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없는 것을 떠올려보아야 지도 모른다.


한국사회의
복지제도는 그것들이 시민들의 요구 확산이나 정치 과정을 통해 도입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관료가 먼저 도입하기로 결정해서 시작된 것들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과연 무상급식 도입이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제도 확대를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도입하 계기가  두고 일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무상급식제도 도입은 그 자체에 대한 효율성과 찬반을 떠나 한국 역사 상 중요한 계기가 것이다.

반면에, 만약 야당이 헛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원 무상급식제란 이슈를 들고 나와서 일반 대중의 호응을 얻는데 실패한다면, 이는 패거리 문화에 묻혀 정작 양극화 해소를 효과적으로 정치 의제화하는데 실패한 셈이 된다. 한국사회 양극화의 심각성에 비추어 보아 전원 무상급식제는 기실 아주 소소한 사항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진보 정치세력은 아직 이것만한 것도 못 찾아내는 것을 보면 괴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